기쿠지로의 여름 (1999) # Review 2016. 3. 15. 00:56


일본 예능에서 비토타케시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 인 줄 알았는데, 기타노 타케시라는 본명으로 영화감독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사실 어렴풋이 예능에서 듣기는 했는데 이름이 같을 뿐 동일 인물 이라고는 생각못했지. 그런데 영화 추천을 받고 이 영화를 보는데 평소 자주 듣는 뉴에이지 'summer' 가 이 영화의 ost? 근데 영화에 타케시도 나오네? 싶었다.


영화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철부지 없는 야쿠자 출신의 기쿠지로와 일찍이 부모님과 헤어지고 정을 못 받고 철이 들어버린 아이 마사오가 같이 떠나는 여행. 목적은 마사오의 엄마를 찾기 위한 것. 설정에는 흥미가 생겼는데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예고와는 달리 축축 늘어지는게 보여서 조금 안타까웠다. 더군다나 영화 중간에는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는 장면들이 여러번 등장하고, 극의 내용과 점점 멀어지면서 흐름이 안드로메다로 가는가... 싶을 때 다시 본 내용으로 돌아오는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게 기타노 타케시 작품의 특징인가?


사실 처음에는 기타노 타케시의 역할인 '기쿠지로'의 이름을 대놓고 말하고 시작하진 않는다. 다만 마사오의 이름만 알려주고, 마사오가 계속 오지쨩- (아저씨) 하고 부르면서 기쿠지로를 따라다녔을 뿐이다. 흔히들 말하는 히치하이킹, 무전여행으로 일본 전국 팔도를 여행하는 것만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언뜻보면 굉장히 허무했으나 마지막 결말을 보고 나니 왜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하고, 이런 결말을 맺었는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서로에게 서로가 천사의 종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사회에서 소회된 채 허구한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며 욕을 하고 다니는 기쿠지로와, 부모님이 이혼해서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마사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천사라는 존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내 기준으론 영화는 생각이상으로 너무 루즈했지만, 지루함의 마지막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걸로. 그래도 예능에서의 비토 타케시나 영화에서 감독으로 기타노 타케시나 이 분의 취향과 나는 전혀 안맞는걸로ㅎㅎㅎ. 하지만 ost는 진짜 인생 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