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2014) # Review 2016. 3. 14. 23:37


주위 친구들은 모두 틀니를 끼고 지팡이를 쥐고 함께 노인정에서 수다떨고, 노인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웃고 즐기고 있지만 언제 하나 둘 씩 떠나갈지 모르는 그런 우리네 70-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 평범한 가정에서 번듯한 대학교수를 둔 자식과 며느리와 음악하는 철부지 없는 손자와 손녀와 함께 살아가는 나문희 할머니는 결혼한 직후부터 남편을 독일 탄광에서 사고로 잃고 홀홀 단신으로 가난과 싸워가며 자식을 키워냈기 때문에 억척스런 대한민국의 할머니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와중에 흔히 말하는 시월드, 시어머니로써 며느리에게 잔소리와 구박은 더 심해져가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며느리는 심장병 질환으로 쓰러지고 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은 이제 할머니를 모시고 살지 말고 편한 요양원으로 보내자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것만 같은 나문희 할머니가 길에서 터벅터벅 걸어가다 청춘사진관을 발견하게 되고, 내 나이 칠순이 되서 처음으로 예쁜 영정사진이라도 찍어야할 것 같아서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의자에 앉아서 사진사가 셔터를 터뜨리는 순간.


20대의 나문희 할머니. 즉 심은경이 나타난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대충의 줄거리는 이미 다른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예고편으로 많이 접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는데 이를 어떻게 재밌게 풀어나가고, 다시 할머니로 돌아오게 될까를 주의깊게 봤다. 타임슬립 이야기는 요즘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가장 많이 써먹는 흔한 소재이긴 한데, 할머니를 20대 시절로 돌리되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조금 신선하긴 했다. 더군다나 할머니에겐 아가씨라고 부르는 또래 할아버지도 있는데, 그 할아버지네 집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정말 재밌었고.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이거 되게 어디선가 많이 본 내용인데... 라는 생각을 많이 받았다.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지. 이 구성, 이 흐름. 이대로 가면 내가 생각하는 딱 그쯤에서 이 씬이 터지겠네...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 '미녀는 괴로워'. 신데렐라를 찾는 왕자님앞에 보란듯이 우연하게 '신데렐라'가 등장하고, 신데렐라는 고난과 역경을 겪다가 결국 화려하게 피날레를 맞이하고 원래 자신의 자리인 하녀로 되돌아가는. 수상한 그녀가 그랬다. 미녀는 괴로워를 모티브로 많이 삼았구나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근데 미녀는 괴로워는 ost가 정말 대박인데 수상한 그녀는 ost도 별로. 그냥 미녀는 괴로워를 답습한 영화라고 밖에 느껴지질 않더라.


사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반전ㅋㅋㅋㅋㅋㅋㅋ 영화관 사람들 전부다 


영화관 사람들이 그렇게 오랜만에 다 같이 '와.................................. 대박' 하면서 탄식을 내뱉은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엔딩의 ★★★ 의 등장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수상한 그녀가 흥행하는데 지금 1등 공신이 이 엔딩 장면 때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1분도 안되는 그의 등장에 임팩트가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ㅋㅋㅋ 영화끝나고도 다들 그 얘기만 하면서 나갈정도로ㅋㅋ 어찌됐건 영화는 재미가 있었다. 코믹영화답게 진지해지려고 하는 타이밍이 되ㄴ.... 싶으면 웃음요소를 넣어주고, 스토리도 불편하지 않고 인과 관계를 억지스럽게 넣지도 않았고. 그렇지만 두 번 보긴 아깝고, 킬링타임으로 적당히 재밌고 눈물 좀 뽑고 싶으면 될만한 영화.